"아파트 계약만 하면 현금 3000만원 드려요"…눈물의 땡처리

입력 2022-11-18 07:22   수정 2022-11-18 15:57


분양시장이 빠른 속도로 냉각되면서 건설업계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수도권에서도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등의 수단을 꺼내 들었지만, 매수심리는 얼어붙고 분양 물량은 집중된 탓에 효과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달 전국에서 44개 단지, 4만9322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내년에는 분양 시장이 한층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에 건설사들이 연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것이다.

밀어내기 분양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울 브랜드 단지마저 미분양 공포에 떠는 처지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 미아'는 최근 1가구에 대해 5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 4월 청약 접수를 시작해 반년 넘게 걸려서야 계약 마감이 임박했다.

시장에서는 미계약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는 올해 11월까지 서울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미계약 물량이 1573가구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전년 같은 기간 371가구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재당첨 제한 7~10년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가 대폭 증가한 셈이다.
4만9000가구 나오는데…미계약 물량 늘고 초기 분양률 하락
청약자들이 계약을 주저하면서 초기 분양률도 하락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3분기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은 92.7%로 전분기 100%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초기 분양률은 분양 개시일 후 경과 기간이 3개월 초과~6개월 이하인 사업장의 분양가구 총수 대비 계약체결 가구 수 비율이다. 3분기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100가구 가운데 7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인데, '완전 판매'가 당연시되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서울에서도 청약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은 수도권에서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꺼내 들었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 '은평자이 더 스타'는 중도금 대출이자 지급 방식을 후불제에서 무이자로 전환했다. 시스템에어컨 등 유상 옵션 가전들도 무상 제공한다. 시간을 두고 팔기보단 이윤을 줄이더라도 분양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약자에게 현금을 주는 곳도 생겼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계약만 하면 4회차 중도금까지 무이자 혜택을 주고 현금 3000만원을 지급하는 동시에 발코니 공사도 무료로 제공한다. 5, 6회차 중도금 이자가 7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중도금 무이자에 2300만원 할인 혜택을 주는 셈이다.
이윤 포기하는 건설업계…상황 지속되면 대규모 침체 우려
지난 8월 분양에 돌입한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134가구 모집에 1순위 208명이 신청해 마감에 성공했지만, 미계약이 속출하면서 129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무순위 청약도 미달하면서 중도금 무이자 회차를 늘리는 등 할인 혜택을 대거 내걸었다. 분양 관계자는 "기존 계약자에게도 혜택을 소급 적용할 예정"이라며 "마진은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분양에 나섰다가 전체 216가구 가운데 91.7%에 달하는 198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왔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분양가를 15% 할인하고 관리비도 대신 내주는 조건을 내세웠다. 다만 아직 100여가구가 미계약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계약률이 낮으면 금융권 대출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계약률을 높여야 초기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청약 성적이 나쁘다면 고육지책으로 여러 혜택을 내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냉각이 자칫 건설업계 침체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분양대금을 받지 못해 무너지는 건설업체가 늘어나면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 등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서현승 주택산업연구원은 "대출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아파트 입주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건설업체와 제2 금융권의 연쇄 부도와 주택 공급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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